대한민국은 예나 지금이나 집 한 채 장만하는 것 일생의 목표이자 삶의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이야기 1>는 책 제목부터 꽤나 흥미롭다. 월급이 200만 원도 안되지만 집을 산 31살 이서기. '어떻게 집을 산 거지?' '사고 나서는 그 집은 어떻게 된 거지?' ' 집을 사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나?' 대한민국에서 같이 30대를 보내며 나도 모르게 많은 흥미로움에 사로잡혀 자연스럽게 책을 들었다. 발행은 2021년 11월 23일이고 출판사는 페이지 2 북스이다.
책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1>의 저자
저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이서기이다. 저자 스스로 부모님의 바람대로 안정적인 직업인 9급 공무원이 되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책 맨 앞장에 스스로를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회사 화장실 변기에서, 점심시간에 혼밥 하면서, 자기 전 이불속에서 글을 쓰는 직장인이라고 소개한다. MZ세대의 직장인으로 회사에서의 일상,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 안에서의 심리와 마음,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 집을 사는 우여곡절 한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써 내려감으로써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현재 저자의 블로그로는 이서기의 소설공간이 있으며 저자의 책으로는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2>와 신작 <딱 1인분만 할게요>이 있다.
추천독자
당신이 대한민국에 살아가고 있는 30대인가? 그러면 이 책을 읽으며 상당수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꼭 30대가 아니더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에 몸담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 40대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남이 집을 샀다는 사실에 부러워하면서도 배 아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적나라게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고 한들 우리나라에 몸 담고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상황들과 남이 집을 사고파는 이 모든 행위가 우리 모두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호기심에 책을 집어든 순간부터 내려놓기까지 부동산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내가 너무도 흥미진진하게 책에 빠져서 주인공 이서기가 마치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줄거리
"야, 월 200도 못 벌면서 맥주 남기지 마!"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한민국에 사는 31살 이서기. 평범하기 그지없는 9급 공무원이다. 사실 9급 공무원은 안정된 직장을 고수하는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9급 공무원이 되었다. 9급 공무원 신임 월급이 월 200도 안되지만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집을 산다. 사실 부동산에 대해선 일자무식하지만 겁도 없이 덜컥 집을 산 게 아니다. 집이 없으면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신혼집을 산 것이다. 하지만 집을 샀다는 팩트만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궁금증과 질투 섞인 부러움을 받는 시작이 된다. 이서기가 집을 샀다는 소식이 회사에 금세 알려지고 신임 공무원 이서기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을 어떻게 사게 되었는지 해명(?) 해야 했다. 결국 자신이 산 곳이 입지가 안 좋다거나 시세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싸다거나 자신의 능력밖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거나 은행에 자신의 영혼이 저당 잡혀 있다는 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지 않으면 한동안 질투와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이서기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질투와 경계의 대상이 아닌 집은 산 이면의 힘들고 고된 이야기 즉 그들이 진짜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신이 도마 위에 올려진 이 사건을 마무리시킨다. 이 책은 대한민국 MZ세대 이서기가 겪게 되는 고된 직장생활 이야기 또한 옛 친구들과 함께 이제 사회인으로서 함께 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서기의 친구 소라는 늘 당찬 커리어우먼이지만 어릴 적 늘 일하느라 바쁜 엄마아빠 밑에서 외롭고 슬프게 살았던 이야기, 슬기는 언제나 마음속의 짐을 털어놓지 않고 친구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들어주고 도와주던 친구인데 아들 예준이가 다리미에 데어서 울면서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이야기, 세심하고 사려가 깊어서 항상 한 수 앞을 내다 보고 철저하게 자신의 인생을 준비해 오던 여정이가 성급하게 집을 가계약하면서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고 당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 우리의 공감을 사게 된다. 시시콜콜하고 때로는 인생의 굴곡을 함께 겪어가면서 친구들은 서기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버팀목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늘 자신의 기분과 감정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자신이 한번 더 지더라도 공동체의 분위기를 먼저 생각했던 이서기가 이제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지켜나가는 사람으로 달라지는 데는 부모님의 영향력도 컸다.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다고 매일같이 괴롭히는 직장상사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같이 똑같은 직장생활에 신물이 나 엄마가 금쪽같이 도 생각하는 자신의 타이틀인 '공무원'을 그만두고 싶을 때 아빠와 엄마는 이서기의 행복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분들이었다. 너 잘되라며 어떻게 서든 공무원 타이틀에 꽉 매달려 있으라 말하지 않고 당당하게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할 말 다하고 살라고 그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우리들의 소소한 삶에서 진정으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중요한 문장
"어쨌든 비교의 결과는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둘 중 하나다. 이 두 종류의 감정은 우리 사이에는 불필요하다.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친구 사이에서의 높고 낮음, 우와 열의 프레임 자체를 부수기로 한다." <p.215>
"그래. 그거에 목숨 안 걸어도 이래저래 먹고 산다. 아비가 내 딸자식 하나 건사 못하겠냐고. 괜히 주눅 들어 다니지 마라. 너 집에서는 그렇게 사납게 눈 치켜뜨고 동우도 잡고 네 엄마도 쥐 잡듯이 잡고 이 세상 왕인 양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았으면서 거기선 왜 그러고 있냐는 말이여. 너 모습대로 살아. 니 쪼대로 혀! 절대 참지 말고, 받은 만큼 돌려주고 어깨 딱 펴고, 굽신굽신 하지 말고, 누가 건들면은 꿈틀만 하지 말고 콱 물어 버리란 말여.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그렇게 살라고. 아빠가 지금 나에게 하는 말은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먼저 세상을 살아본 인생 선배로서 하는 조언 같기도 하다." <p. 201>